몬산토의 위기관리 방식
아무리 모험을 즐기는 기업이라도 위기까지 좋아할 기업은 아마 없겠지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위기가 터지면 참 난감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개 규모 있는 기업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위기관리 메뉴얼을 두고 있지만, 번개불도 놀라 자빠질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사례별로 예상 위기를 일일이 구분해 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존슨앤드존슨의 '우리의 신조'나 BBC의 '객관보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큰 둘레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위기에는 어느 정도 탄력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 좋은 예가 몬산토의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1976년 9월 4일 NBC 저녁뉴스로 "화학제품의 심각성이 핵무기로 인한 재난보다 심각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화학산업의 리딩 컴퍼니였던 몬산토는 꼼짝없이 존폐의 기로에 서고 맙니다. 화학회사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뉴스였죠.
이 뉴스가 나가고 여론이 악화되자 몬산토는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시도합니다. 그 첫번째 광고카피는 다음과 같습니다.
식물은 광합성이라 불리는 화학 작용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산소를 생성해줍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우리의 몸은 혈액을 통한 화학적 반응을 통해 그 산소를 흡수합니다.
생명은 화학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몬산토 같은 회사들은 화학 물질을 통해 생명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학 물질을 잘 이용하면 우리는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비타민D라는 화학 물질이 우유나 그 밖의 식품에 첨가되기 전에는 많은 아이들이 구루병에 걸려 신음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화학 물질이든 언제나 어느 곳에서나 완전하게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자연 환경에서도 그렇고 실험실 환경에서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도전은 화학 물질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삶을 보다 살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 중에서.
몬산토의 대응방식은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 터졌을 때 존슨앤드존슨이 보여준 위기대응 방식과 다소 차이가 납니다. 고도의 논리로(이 논리가 부족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요.), 하지만 소비자가 기분나쁘지 않도록, 그러면서 강한 소신을 내비치는 모습에 소비자들이 수긍해 주었음은 물론입니다.
역사적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기업의 사례를 보면, 대개 이렇게 솔직하면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접근한 경우에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응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치사하게 우회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논리를 논리로 맞대응 하는 것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아주 바보같은 짓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인식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니까요. 그럼에도 몬산토가 '위기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논리로 반대쪽을 보여주면서도 아주 솔직하고 진솔하게 대응했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어떠세요? 여러분 회사에 이런 멋진 위기관리 매뉴얼 있습니까?